결국 손을 빼내고는 그 손으로 머리를 한 대 때렸다. 살짝 옆으로 기울어
진 윤호가 다시 자리로 돌아오면 나는 이를 악 물고는 젓가락을 들어서 다
시 한 번 머리통을 때렸다. 아픈 건지 눈을 찌푸리는 걸 보고, 일하는 사람
들이 뭐라고 말을 하는 것도 같은데.
“끝났어. 난 끝났으니까 혼자 죽을 쒀 먹든, 밥을 해먹든 네 마음대로
해."
외투를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일 수 없어서 큰 소리로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하고 신발
을 마구 구겨 신고 바쟐으로 나오면 금방이라도 가슴이 터져서 딱 죽올 것
같다. 미진 놈, 하는 말하고는. 왜 끝이 안나? 끝났어. 끝도 그냥 좀 길뿐
이야, 워낙에 질긴 놈이라서 끝도 좀 지루한 것뿐이라고. 네가 고민했던 몇
년 동안 폭삭 늙어버린 나는 이제 사랑 같은 거 키울 수 있는 마음도 없다.
비비틀 아우리 줘도, 마옴이 살아날 것 같지가 않았다. 말 그대로 사막이
다. 사막에 살다보니, 결국 마음도 사막이 되는 구나. 방안의 모래를 다 상
켜버렸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성큼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외투를 껴입는 팔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고, 옆에 다가와 있는 얼굴이 어찌나 입상으로 보이는지 아까 아저씨도
아저씨 나름이라고 했던 말도 다 취소하고 싶어졌다. 이거 아주 웃긴 놈이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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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이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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