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때문에 화났어, 나.”
말투가 어린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나이쯤 되면,어리고 싶을 때와 어른
이고 싶을 때의 목소리가 다르다. 그걸 느끼고, 어른이 되어야 하는 순간엔
조금 목소리를 낮추고 차분한 말투를 동원했다. 그렇게 나잇값은 하고 있다
는 걸 증명하기도 했다.
“화나서 앞뒤 안 가리고 막 키스하고 싶어. 화내고 싶은'데, 그럴 타이밍
아니라서 정말 간신히 참고 있어. 근데 나 정말 화났어. 정말 마음 같아서
는 당장에 너 데리고 가서 따귀 맞더라도 키스했으면 좋겠어.”
“내려.”
“나중에 너랑 키스하는 날이 오면, 나는 그 날은 절대로 물도 안마시고,
장도 안 잘 거야. 당연히 밥도 안 먹을 거야. 화장실도 안 가고, 그냥 년
계속 나랑 키스만 해야 돼. 숨만 쉬는 거야. 죽지 않게 숨만 쉬면서 계속
키스해. 곡 그럴 거야.”
나는 우리의 현재를 인정하지 못하고, 미래를 그릴 수 없어 비겁하게 너
를 피하고 있는데. 년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년 진짜 나를 사랑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착각의 시간이 언젠가 끝나버릴 텐데. 엄청난 잘못
을 한 네가, 착각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일게 될 상실감 대
신에 찾아온 감정이 휘둘리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그 시간에 장단
울 맞춰가면서, 공유할 수 없올 뿐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천
천히 허리를 감아오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모아진 두 손을 바라보
자면 한숨이 홀렸다. 그만 좀 하라고 당장 소리를 질러볼까 하지만, 그럴
만큼의 불꽃은 이미 없어질 후였다. 불꽃이 일던 감정의 시간이 끝나고 보
니, 정말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유천이 지치고. 유전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기만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연 내가 더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나는 왜 그 전이나 지금이나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야. 왜 늘 이렇게 무기
력한 건데. 내가 어디가 아주 많이 모자라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네가 진
짜 나른 놈인 거야. 연진의 생각이 옮겨진 것처럼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모
아진 손을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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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이 나쁜 놈인지, 내가 모자란 건지 정리가 안 돼.”
그냥 둘이 함께 할 만큼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었던 게 아닐까.
그 사람이 정말 나쁜 놈이었던 것도 아니고. 연진이 아주 모자란 사람인
것도 아니고. 그냥 함께 할 만큼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을 뿐 아니었을까.
등올 토닥였지만, 그 말은 해주지 못했다. 아직 누군가를 제대로 위로할 수
있을 만큼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냥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일 뿐이
었다. 할 수 있는 것 없이, 하는 것도 없이 그냥. 그렇게 의문올 가지고 가
만히 있기만 했다.
사실은 나도 묻고 싶다. 유천이 미진 걸까. 내가 비겁한 걸까.

연습실 불을 완전히 고고 문을 닫을 때연 살짝 어깨가 떨릴 때가 있었다.
어두워진 계단을 발고 올라가서 우리 열정이의 열쇠를 풀고 달려갈 생각에
열중해야 할 것 같은. 계단을 을라갈수록 빛이 많아졌다. 어깨가 떨리던 것
은 멈췄고, 고개를 들면 유천이 서 있었다. 일주일 쯤 지나고 보니 당연하
게 느껴졌다. 내가 열정이를 타고 갈 때까지 나를 보고 서 있었고, 조심해
서 가라고 속삭이듯 말했다. 오늘도 그렇게 잘 가라는 인사를 받고 나면,
어느 새 집에 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데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뒤
에 앉은 유천의 발이 끌려서, 조금 더 나가지 못하고 엄췄다.
“못난 남자는 화가 나면 키스가 하고 싶어.”
“내려.”
“못난 남자는, 아니 못난 박유천은 화가 나면 키스가 하고 싶어.”
절대 못나지 않은 남자가 자기를 못났다고 말하는 걸 듣는다.
절대로 못날 수 없는 남자가.
“황연진인가 뭔가 하는 애.”
실연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연진은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도, 초코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비웠다. 울 것 같은 표정을 짓지는 않았지만. 분명
당분이 호르몬을 이상하게 조종하는 것 같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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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
“무슨 일인지 얘기해주면 안 돼? 혹시 사랑이라고 하면,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볼게.”
그만해. 좀."
11준수야.”
“항연진, 그만해.”

사실 이런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화를 내버렸다. 길 위로 주
차된 차들 사이에 서서 그렇게 무서운 눈올 하는 걸 바라보면서 반히 나를
살였고. 나는 곧 눈을 돌렸다.
"가자,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미안해."
돌아섰다. 갑자기 들려온 사과에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저 말이 놀라울 정도로 싫었다.
"실연에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음식들올
먹고, 단 것에 집착하고,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는 얘기들을 끊임없이 해.
내가 이상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하질 못하겠어. 아무래도 단 걸 너무 먹
어서 호르몬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니까. 오늘도 하루 종일 초콜릿을 먹었
고. 하마터면 머리를 팔게 잘라버릴 뻗 했어. 이 머리 정말 정성들여서 오
래 기른 건데/
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하는 연진은 금방 울 것 같은 얼굴올 했다. 조
금 전까지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알미운 얼굴은 없어졌고, 정말 금방
울 것 같은 얼굴올 해서 어깨를 두드렸다-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대신 한 통만."
"운수야."
이름올 부르더니 업석 안겨 와서, 뒤로 한 발울 디디며 버터야 했다.
어색한 손바닥을 듈어서 머리를 문지르다가 또 어색해져서 등을 살살 두
드렸다. 울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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