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손을 빼내고는 그 손으로 머리를 한 대 때렸다. 살짝 옆으로 기울어
진 윤호가 다시 자리로 돌아오면 나는 이를 악 물고는 젓가락을 들어서 다
시 한 번 머리통을 때렸다. 아픈 건지 눈을 찌푸리는 걸 보고, 일하는 사람
들이 뭐라고 말을 하는 것도 같은데.
“끝났어. 난 끝났으니까 혼자 죽을 쒀 먹든, 밥을 해먹든 네 마음대로
해."
외투를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일 수 없어서 큰 소리로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하고 신발
을 마구 구겨 신고 바쟐으로 나오면 금방이라도 가슴이 터져서 딱 죽올 것
같다. 미진 놈, 하는 말하고는. 왜 끝이 안나? 끝났어. 끝도 그냥 좀 길뿐
이야, 워낙에 질긴 놈이라서 끝도 좀 지루한 것뿐이라고. 네가 고민했던 몇
년 동안 폭삭 늙어버린 나는 이제 사랑 같은 거 키울 수 있는 마음도 없다.
비비틀 아우리 줘도, 마옴이 살아날 것 같지가 않았다. 말 그대로 사막이
다. 사막에 살다보니, 결국 마음도 사막이 되는 구나. 방안의 모래를 다 상
켜버렸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성큼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외투를 껴입는 팔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고, 옆에 다가와 있는 얼굴이 어찌나 입상으로 보이는지 아까 아저씨도
아저씨 나름이라고 했던 말도 다 취소하고 싶어졌다. 이거 아주 웃긴 놈이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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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이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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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공평한 시작이 될 수 없었다.
“고민할 시간에 내 고민이나 덜어주지 그랬냐?”
원망하듯 말하면서 뼈를 던지면, 윤호가 입은 셔츠에 자국올 남기고 떨어
졌다. 나는 네가 괘씸하다. 괘씸해서 견일 수가 없다. 네가 운운한 몇 년이
라는 말 때문에 패^해서 견일 수가 없다. 차라리 어제부터 고민했다고 하
지, 10분 전부터 고민했다고 하지. 그랬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몇
년? 몇 년이라고? 널 죽이고 싶다, 차라리. 해피엔잉 말고, 둘다 죽는 빌
어먹울 엔딩이 되더라도 한번 죽여 봤으면 좋겠다.
그런데 정윤호가 웃는다. 내 진심어린 원망을 듣는 정윤호는 웃는다. 정
말 당장 죽이고 싶어서 젓가락을 꽉 쥐었다. 알까 모르겠다. 범죄윈 재구성
이란 영화를 보면, 어떤 나쁜 놈이 젓가락에 찔려 죽는 다는 거‘
“웃어? 죽을래?”
자리에서 일어난 윤호를 올려다보는데. 옆으로 와서 앉는다. 그리고는 나
를 반히 보면서 물수건을 펼쳐서 내 손을 닦기 시작했다. 젓가락에 찔려 죽
기는 싫은지 억지로 첫가락을 놓게 하고, 손가락을 하나씩 닦아내는 거다.
이게 정말 미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손을 배내지는 못했다.
“끝났다면서?”
“뭐?”
“아닌가보네. 끝.”
"죽었어, 너.”
“미안하다.” ,
“뭐가?”
44그냥, 다."
“놔- ‘ ‘
“앞으른 미안한 일 안 만들겠다고 하면, 어떻게 안 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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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이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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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도 아저씨 나름이다. 너 같은 아저씨만 있다면, 어린 여자애들은
이상형을 말하라고 할 때 나이 많은 사람이 좋아요! 라고 말하고 남자들은
하루1발리 나이 들고- 싶어 할 거다. 그리고 내 머리가 스무 살 때와 같다고
해서, 내가 스무 살이 되는 게 아니고 내가 변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
냥 그렇게 보일 뿐이지, 거울올 볼 때마다 어색해 하고. 자른 것을 후회도
한다. 너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꾸짖으면서 쓱쓱 머리
를 문지르다보면 더 이상 싱싱한 시간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웃어버리기
도 한다. 싱싱하지 않다는 내 표현이 좋아서.
사실은 기억난다. 올
네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참을 수 없는 표창을 카으면서, 네가 어떤
말올 뱉어놓고 가버렸는지. 사실은 기억하고 있었다.
"공평한 시작이 아니야.”
“나름 공명하다고 생각하는데.”
"공평하지 않아."
전혀 공평한 시작이 아니야, 절대로 공평하지 못해. 나는 다 익은 것처럼
보이는 갈비를 이로 장인하게 뜯어먹으면서 작게 속삭였다. 하나도 안 공평
해. 뭐가 공평해, 정윤호. 바보 같은 놈.
내가 널 짝사랑한 적이 없는 김재중으로 돌이켜질 수 없다면 절대로 공
평할 수가 없어. 인생을 두 번 사는 게 아니면, 우리가 다시 시간을 되돌려
두 번째 인생에서는 네가 나를 죽도록 짝사랑하고 네 마음이 끈질기다고 셀
수도 없을 만큼 욕을 해앨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절대로 공평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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